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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_소피스트의 수사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5회

빈자무적 2025. 3. 10. 09:40

대화편에서 소피스테스(소피스트)의 수사술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의해 꾸준히 비판되어 왔다.* 플라톤의 관점에서 보는 대화법과 소피스트의 수사술을 구분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그 구분 기준은, 첫째 진정한 기술인가 아닌가, 둘째 확실한 앎인가 단순한 의견인가, 셋째 구체적 대상이 있는가 아니면 모든 대상에 관련되는가의 물음과 관련된다. 세 가지 물음의 입각하여 대화술과 수사술을 비교하여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이 비교는 '국가' 편과 '고르기아스' 편을 중심으로 플라톤이 비판하는 관점에서 비교한 것이다.

*수사술에 대한 비판이 주제가 된 플라톤의 대표적인 대화편은 '고르기아스'편과 '파에드로스'이다. 여기에서는 '고르기아스' 편에서 나타난 플라톤의 수사술 비판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현대의 수사학적 관점들을 다룰 것이다.

구분 기준
대화술
수사술
기술
기술(τεχνή : 테크네), 구체적 주제와 대상에 대한 지식과 앎이 충족되어야 함
경험이나 기교(ἐυπειρία και τριβή엠페이라 카이 트리베), 모든 방면에 대하여 참된 지식이 없이 교묘하게 스며든 속임수
지식
확실한 앎(ἐπιςτήμη : 에피스테메)과 이론
단순한 의견(δόξᾰ : 독사)
대상
1:1의 대화 상대
다수의 청중
목적
영혼의 각성, 진지의 추구
쾌락을 주고, 신뢰를 얻음
방법
논증, 논박
꾸밈, 양면논증
대응 유비
입법술, 사법술, 체육술, 의술
궤변, 수사술, 화장술, 요리술
평가
윤리적
아첨(κολακεία콜라케이아), 비윤리적
효용성
주제와 대상에 직접적이고 적절한 효과
모든 주제와 대상을 포괄하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효과는 발생시키지 못함
 

 

플라톤은 기술(τεχνή :테크네)과 기교(τριβή :트리베)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한다. 예컨대, 기술은 ‘선박 제조술’과도 같다. 선박이라는 대상이 구체적이고, 그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있어야 선박을 제조할 수 있다. 여기서 지식은 사람이나 화물을 지탱하고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부력이라든가 재질, 항해할 수 있는 추진력과 그에 대한 적합한 배의 얼개에 대한 구체적 지식을 뜻한다. 이런 지식이 없으면, ‘선박 제조 기술자’는 배를 만들 수 없다. 의술도 마찬가지다. 질병과 신체의 관계, 치료할 수 있는 약제와 부작용, 적절한 치료 기간 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이는 치료하기 어렵다. 이처럼 구체적인 주제와 대상에 적합한 지식을 ‘앎(ἐπιςτήμη :에피스테메)’*이라 한다.

*에피스테메를 아리스토텔레스는 논증적 앎(지식)이라고 하고 테크네를 제작지이라고 하였다.

소피스트들이 사용하는 기술이란 참된 기술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대상과 주제에 대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지식이 아닌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인식인 ‘의견(δόξᾰ)’은 구체적 주제와 대상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겉핥기’일 뿐이다. 오히려 이런 기교는 상대방의 감정을 이용하여 쾌락을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진실과는 거리가 멀고, 소크라테스에 의해 거짓 꾸밈이라는 극단적 비판을 받는다.

이런 사상의 근저에는 고르기아스의 ‘회의주의 진리관’과 칼리클레스의 ‘반도덕주의 윤리관’, 프로타고라스의 ‘상대주의 가치관’이 있다. 이들에게는 절대적 진리나, 이성에 의한 보편적 판단 윤리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상황에 따라서 이길 수 있는 방법만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또한 페리클레스의 민주 정치 시대에 변론과 연설은 젊은이들의 정치 입문을 위한 중요한 설득 기술이 되었으며, 설득의 기초가 논리나 이성보다는 권력으로서 제압하거나 청중의 쾌락을 자극하는 방법이 강조되었다. 이에 따라 고르기아스의 ‘수사술’, 칼리클레스의 ‘권력’, 프로타고라스의 ‘양면 논증’은 모두 유용한 상대방 제압 또는 설득의 도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플라톤의 이런 수사술 비판은 지금까지도 ‘수사’ 또는 ‘수사학’에 대한 적대현상*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수사학에 대한 적대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이다. 하나는 윤리성의 결여에 대한 비판이고, 다른 하나는 유용성에 대한 비판이다. “수사학은 유용하지도 않으며 심지어는 해롭기까지 하다. 즉 수사학에 가해진 가장 거친 비판은 그것이 설득에 충분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즉 수사학이 없이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으며, 또 수사학의 도움을 받더라도 항상 설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성창, '수사학', 문학과 지성사, 2008. p. 140.

우리는 여기서 ‘수사술’과 ‘수사학’에 대한 개념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수사술’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의해 ‘아첨’, ‘화장술’, ‘기교’ 등으로 폄하(貶下)된 것은 근본적으로 윤리성과 효용성의 문제 때문이며, ‘수사학’에 대한 비판은 아니라고 본다. ‘수사학’의 주된 기능을 설득에 있다고 보면, 논증과 수사적 기술은 ‘수사학’에 통합될 수 있다. ‘수사술’이 지닌 비윤리성을 제거하고, ‘수사학’에 논증과 설득을 하나로 융합한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의 정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사학이 설득에 고유할 수 있는 것들을 사변적으로 발견해나가는 능력이라는 점을 가정한다면, 다른 어떠한 기술도 이러한 기능을 갖고 있지는 않다. 반면 모든 다른 기술들은 각각의 대상에 있어서 교육과 설득에 고유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의학은 건강과 병의 상태, 기하학은 규모의 변이, 산술은 수와 또 다른 기술들과 과학에 관계한다. 그런데 수사학은 모든 주어진 것에서 설득적인 것을 사변적으로 발견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우리에게 기술이 고유하고 변별적인 한 장르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 아리스토텔레스(이종오 옮김), 「수사학Ⅰ」, 제 2장(수사학의 정의). p. 58. 이 점은 고르기아스의 수사술과 상통한다. 수사술이나 수사학은 어떤 특정 주제나 대상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학문에 연관된다.

이는 수사학이 어떤 특정한 장르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장르에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세 가지의 기술적 증거들이 담론의 방법을 통해 처리된다고 본다. 그 하나는 진실성에 기초한 웅변가의 정직성, 청중들의 정념, 그리고 담론의 증명적 가치가 그것이다. 특히, 두 번째의 것은 청중의 논거 배열, 세 번째 항목은 사실과 ‘사실일 것 같음’을 끌어내기 위한 논거 발견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증거 처리의 과정에서 삼단논법적인 추론 능력, 특히, 예증에 의한 귀납과 ‘생략삼단논법’*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공론의 창고 역할을 하는 토포스(topos)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술에서도 변증론(여기서는 아리스토텔레스적 개념으로 ‘Organon’인데 논리학을 뜻함)과 수사학의 깊은 연관성을 암시하는 말이 있다.

*생략삼단논법이란 대전제-소전제-결론의 논증구조에서 일반적으로 대전제를 생략하거나 대전제를 포함하여 구조를 약식화한 것이다. 이는 엄격한 논증보다 일상에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수사학적 설득구조가 된다.

“몇몇 삼단논법들이 변증법적 영역에 속하듯이 몇몇 생략삼단논법들은 수사학의 영역에 속한다. 또 다른 생략삼단논법들은 다른 기술들과 능력들의 영역에 속하는데, 다른 기술들과 능력들의 일부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 나머지 것들은 아직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차이점들은 청중들에 의해 간파되지 않으며, 적합한 방법으로 그 주제를 다루면 다룰수록, 수사학과 변증법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나는 우리가 공론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고려했던 것들을 변증법적이면서 수사학적 삼단논법으로 이해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이 점에서 볼 때, 수사학을 논거 발견 및 논거 배열의 추론 과정을 삼단논법에 결부시킴으로써 초기 고르기아스의 ‘수사술’에 대한 플라톤의 비판을 극복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 있어서 생략삼단논법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증명의 수단으로서 우의나 우화 같은 예증을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생략삼단논법이 수사학에 있어서 중요한 이유는, 정언적 삼단논법이 지닌 논증적 능력과 성격을 그대로 지닌 채로 표현에 있어서 유연하면서도 효용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롤랑 바르트에 의하면 고대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연구 논문들이 지닌 분류에 대한 집착을 소개하면서, 수사학의 구조망에 대해 가르쳐주고 있다.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의 기술(τεχνή)이 지닌 네 가지 조작형을 보여준다. 그것들은 다음과 같다.

 
Pistheis
증명들의 수립(주제설정법 : inventio)
Taxis
어떤 배열 순서에 의해 담론의 진행에 맞춘 이 증명들의 배치(배열법 : dispositio)
Lexis
논증의 언어화하기(elocutio : 미사여구법)
Hypocrisis
배우가 된 변론가에 의한 전반적인 담론의 연출(연기술 : actio)

* 위의 표는 김현 편 "옛날의 수사학" 중에서 롤랑 바르트(김성택 역), 「옛날의수사학」, 문학과지성사, 1994. p. 61. 참조할 것.

롤랑 바르트는 수사학의 분야를 다음과 같이 다섯 분야로 분류하였다.

inventio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찾아낸다. (논거발견법)
disposito
생각해 낸 것을 순서 있게 늘어 놓는다. (배열법)
elocutio
어휘의 장식, 문채를 첨가한다. (미사여구법)
actio
배우로서 담론을 행위로 연기한다. 몸짓, 낭독 (연기법)
memoria
기억에 도움을 청한다. (기억법)

박성창은 이 중에서 ‘elocutio’를 ‘미사여구’로 번역하는데서 오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여 ‘표현술’로 번역한다. ‘문채(文彩)’나 ‘미사여구(美辭麗句)’는 거짓된 ‘꾸밈’, ‘화려함’, ‘장식성’들만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수사학’의 진의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필자도 동의한다. 그 이유는 수사학을 비윤리적인 거짓의 ‘수사술’로 보는 관점들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박성창은 “수사학에서는 이성과 감정, 합리적인 것과 정감적인 것을 서로 분리시키지 않으며 그 전체 속에서 고려하고자 한다.” 고 하였다.

수사학이 ‘불완전한’ 삼단논법으로서 수사적 ‘기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중에게 생략된 전제를 복원하게 함으로써 논증의 구성 과정 속에서 완전한 것을 이루어내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를 설명하자면, 대전제-소전제-결론 중에서 전제 하나를 삭제한 것이 ‘생략삼단논법’인데, 이 방법이 논증 과정 자체를 유지하면서도 논증과 표현의 관계의 적합성을 동시에 지닐 수 있으면서 추론의 여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논증 훈련 과정에서 생략된 전제를 찾아내는 논리적 사고 훈련 방법으로서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다음 표는 수사학적 담론이 일어나는 상황에 따른 차이를 종합하여 정리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 근원에 기초한 수사적 장르 구분이다. 이 장르나 담론의 유형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수사적 상황에 따라 유형이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 아래의 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Ⅰ,Ⅱ,Ⅲ'과 롤랑 바르트의 '옛날의 수사학', 박성창의 '수사학'에서 거론된 수사학적 분류들을 정리한 것이다.

설득근거
수사적 상황
판단의 기초
중시하는
능력
강조점
기법
담론유형에 따른 장르
인접
학문
과다함
로고스
(λόγος)
담론
지식에 따른 진위
논거 발견과 논증력
정확성
토론
토론적 장르
논리학
차가운 논증, 화자-청자 격리
에토스
(ήθος)
변론가
발화자의 인품, 성격
감화력
윤리성
신뢰
얻기
재판적 장르
윤리학
의도가 중시됨
파토스
(πάθος )
청중
청자의 정서
논증한 것을 표현하는 능력
신뢰성
기교와 문채
첨언적 장르
심리학
이데올로기적 조종 경향

위에서 담론-변론가-청중이라는 세 가지가 어떤 비중으로 결합되는가의 수사적 상황에 따라 논증의 수사학이 될지, 표현의 수사학이 될지가 결정된다. 비교적 비중(比重)의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균형이 이루어진 시대가 헬라스 시대였고, 그러한 균형과 조화가 잘 이루어진 경우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었다. 그의 「수사학」 Ⅰ․Ⅱ권은 로고스에 비중을 많이 두었고, 「수사학」 Ⅲ권은 에토스와 파토스에 비중을 두었으므로, 논거발견법-논거배열법-표현술의 세 가지가 함께 있어서 논리학과 연결점을 잘 이루고 있었다.

이 연결점이 약화된 시기가 중세부터이다. 중세의 퀸틸리아누스*가 공교육에 수사학을 도입함으로써 수사학의 논리성은 대폭 줄어들고 표현술만 강조되었다. 근․현대에 들어와서도 이들 수사학에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어서, 전의(轉義)와 문채(文彩)적 경향이 훨씬 커지고, 현대 신수사학에 이르러서는 아예 은유와 환유가 수사학을 대표하는 개념으로까지 진행되면서 고대 수사학이 지닌 진의(眞意)는 줄어들었다.* 우리는 수사학적 표현의 하나인 환유로서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우리 집 자존심 덩어리’ 와 같은 예를 들 수 있는데, 여기에도 물론 법칙은 존재하지만 논증이나 내용의 측면은 거의 사라진 느낌을 받게 된다.

*퀸틸리아누스 : 수사학을 교육의 과정에 정식으로 채택한 자로서 최초의 공립학교 교사이다. 물론 수사학교를 세웠던 이소크라테스(BC. 436~BC. 338)도 고르기아스의 수사술을 이어받아 가르쳤고, 키케로(BC. 106~BC. 43)도 그런 사람이지만, ‘수사학’을 공식 교육 과정에 채택하여 가르친 사람은 퀸틸리아누스(35~95)이다. 그에 의해서 수사학은 실제 생활과 관련성이 없는 교수요목으로서만 의미가 있어서 이 수사학의 성격을 ‘무상의 담론’이라고 한다. 「동아원색대백과」27권, 1986. 참조.

*진의가 줄어들었다는 말 : 김현 편「옛날의 수사학」 중에서 제라르 쥬네트(김경란 역),「줄어드는 수사학」, 문학과지성사, 1994. p. 118. 참조. 제라르 쥬네트는 중세기 초에 들어서면서, “쟝르간의(정치적 쟝르délibératif, 재판적 쟝르judiciaire, 첨언적 쟝르épidictique) 균형이 해체되기 시작한다.”고 하였는데, 그 원인으로서 타키투스가 말한 공화주의 체제의 종말을 들고 있다.

이런 장식적 문채에 대하여 논술에서 논리성을 중시하느냐, 창의성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필요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필자는 논증력이 아무래도 중시되는 논술에서 논리성 관련되지 않는 환유, 문채 등의 기법은 논술에서 제외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논술에서 우리에게 고대 수사학의 탐구가 소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논증이 사라짐으로써 사멸되어가는 수사학의 상황에서 논거발견, 논거배열, 표현술의 삼박자가 결합된 고대 수사학은 논술 교육 연구에 필요한 요소이며 방법이다.

 

출처 : '플라톤의 대화편의 논술구조와 그 교육적 적용방안', 류우현 (본인 논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