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소설 『파이 이야기』에서
얀 마텔의 소설『파이 이야기』는 매우 독특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인도에서 어릴 적 동물원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있던 이야기의 1부, 동물원 운영이 어려워 캐나다로 이주하려다 난파를 당해 침몰하고 작은 보트에 옮겨 타고 표류하는 과정의 2부, 구조된 후의 결말 스토리로 된 3부로 구성돼 있다.
2부에서 이야기는 특이하다. 비좁은 구명 보트에는 다친 얼룩말, 호시탐탐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 친근했던 오랑우탕, 그리고 리차드 파커라고 부르는 무시무시한 벵골 호랑이, 그리고 자신 파이, 이 다섯이 타고 표류하게 되었다. 먹고 먹히는 가운데 호랑이와 주인공만이 살아 남아 호랑이는 떠나고 파이는 구출된다.
일본인 두 명이 보험 조사원으로 그를 찾아 온다. 그들은 태평양 한 가운데서 살아 남은 파이 이야기에 호감을 가지나 믿지 못한다. 그래서 믿을만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한다. 파이는 이야기를 바꾼다. 구명 보트에는 요리사와 다친 선원과 어머니, 그리고 자기가 남게 되었는데 요리사가 다친 선원을 죽이고 살을 떼어 물고기 미끼로 쓰고 인육을 먹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요리사와 다투다가 추락하여 빠져 죽는다. 요리사도 죽게 되고 자신도 요리사의 인육을 이용해 살아 남았다고 진술한다. 보험 조사원은 수긍하며 떠난다.
파이는 말한다. 두 이야기 중 어느 쪽이 마음에 드는가? 작가가 묻는 것은 두 가지이다. 어느 이야기가 진실인가와 어느 이야기가 매력이 있는가이다. 하지만 두 이야기 사이에서 하나를 골라 잡을 수는 없다. 오랑우탕은 어머니와 대응하고, 하이에나는 탐욕스런 요리사와 대응하고, 다친 얼룩말은 다친 선원에 대응한다. 그리고 파이는 파이이다. 그런데 벵골 호랑이 리차드 파크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남게 된다. 보트의 파이는 주인공 파이이지만 호랑이는 파이의 숨겨진 자아일 것이다. 리차드 파크는 동물적 본성을 지닌 파이의 자아이고, 파이는 표면의 의식적 페르소나(가면)와 같을 것이다.

2.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줄거리 요약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얀 마텔(Yann Martel)의 소설 『파이 이야기 (Life of Pi) 』 를 원작으로 한 2012년 작품이다. 주인공 ‘파이’(Piscine Molitor Patel)는 인도의 동물원을 운영하는 가족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동시에 받아들이며 신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진다.
가족이 캐나다로 이주하던 중, 그들이 탄 화물선이 폭풍우로 침몰하면서 파이는 홀로 구조 보트에 남게 된다. 그러나 그 배에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도 함께 타고 있었다. 파이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호랑이와 함께 생존을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하며, 점점 리처드 파커와의 미묘한 관계를 형성한다.
마침내 기적적으로 육지(멕시코 해안)에 도착하지만, 리처드 파커는 숲으로 사라지고, 이후 구조된 파이는 선박 회사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생존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그들은 믿지 못하고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요구한다. 이에 파이는 인간 중심의 보다 현실적인 버전을 이야기하지만, 두 이야기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열린 결말로 남겨진다.
3. 철학의 눈으로 본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1) 실재와 진실에 대한 탐구
이야기의 핵심 중 하나는 "어떤 이야기가 진실인가?"라는 질문이다. 파이는 두 개의 상반된 생존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객과 독자가 선택하도록 한다. 현실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와 초현실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 중 어느 것이 ‘더 진실’인가? 이는 니체의 ‘진리와 해석’ 개념과 연결될 수 있으며, 인간이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이 곧 현실을 구성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2) 신앙과 의미의 문제
파이는 신앙을 삶의 본질적인 요소로 받아들이며,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동시에 믿는다. 이러한 태도는 종교 간의 대립을 넘어 신앙이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특히, 그는 극한의 생존 상황 속에서도 신을 찾으며, 신앙이 고통을 견디는 힘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3) 인간과 자연의 관계
리처드 파커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로 해석될 수 있다. 파이가 살아남기 위해선 그와 공존해야 하며, 이를 통해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인간은 자연을 두려워하면서도 의존하고, 결국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4) 스토리텔링과 삶의 의미
이야기의 결말에서 파이는 “어떤 이야기를 믿을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현실적이고 잔혹한 이야기와 환상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 중 어느 것이 더 의미 있는가? 이는 삶의 의미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서사적 정체성(narrative identity)이라는 철학적 개념과 연결된다.
<결론>
'라이프 오브 파이'는 단순한 생존기가 아니라 실재, 신앙,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서사의 힘을 탐구하는 철학적 이야기다. 영화는 관객이 스스로 질문하고 선택하도록 만들며,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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