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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조릉의 장주' - 산목 편에서

빈자무적 2025. 3. 7. 09:49

주제 : 타자와 타자의 연관은 알지만 정작 자신이 다른 타자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지 못한 것.

 

장주가 조릉의 울타리 안에서 노닐고 있을 때, 그는 남쪽에서 온, 날개의 폭이 일곱 자이고 눈의 크기가 한 치나 되는 이상한 까치를 보았다. 그 까치는 장주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가 밤나무 숲에 앉았다. 장주는 말했다.

“이 새는 무슨 새인가? 그렇게 큰 날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날아가지 못하고, 그렇게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를) 보지도 못하는구나.”

장주는 자신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걸음을 재촉하면서, 석궁을 들고 그 새를 겨냥했다. 그때 그는 한 마리의 매미를 보았다. 그 매미는 방금 아름다운 그늘을 발견해서 그 자신(其身)을 잊고 있었다. 나뭇잎 뒤에 숨어 있던 사마귀 한 마리가 (자신이 얻을) 이익 때문에 자신이 노출되었다는 것(其形)을 잊고서 그 매미를 낚아챘다.

(장주가 잡기 위해 석궁으로 겨냥하고 있던) 그 이상한 까치도 (자신이 얻을) 이익 때문에 자신의 생명(其眞)을 잊고서 사마귀를 잡으려는 중이었다. 장주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말했다.

“아! 사물들은 본질적으로 서로에게 연루되어 있고, 하나의 종류가 다른 종류를 부르는구나!”

아니나 다를까 그가 자신의 석궁을 던지고 숲에서 달려 나왔을 때, 사냥터지기가 그에게 욕을 하면서 달려왔다. 장주는 집으로 돌아와서 3개월 동안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인저(藺且)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요사이 밖으로 나오시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장주가 대답했다.

“지금까지 나는 외부로 드러나는 것(形)만을 지켰지 나 자신(身)을 잊고 있었다. 나는 혼탁한 물로 비추어 보았을 뿐 맑은 연못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게다가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이미 ‘다른 풍속에 들어가서는, 그곳에서 통용되는 규칙을 따르라’고 하신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얼마 전 내가 조릉에서 놀고 있을 때, 나는 내 자신을 잊었다. 이상한 까치가 내 이마를 스치고 날아갈 때 나는 밤나무

숲을 헤매면서 내 생명을 잊었고, 밤나무 숲의 사냥터지기는 나를 범죄자로 여겼다. 이것이 내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 Savva, 출처 OGQ

장자, 제20편 '산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