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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가 지적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가 기독교와 자본주의에 미친 영향

빈자무적 2025. 3. 9. 20:34

몇 년 전에 막스 베버의 다소 난해한 책이지만 끝까지 읽었다. 그 중에서 생각나는 부분이 있어서 발췌하여 올렸었다. 시간이 나면 다시 읽고서 정리해 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막스 베버는 서구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배경에 2가지 특징이 있다고 보았다. 천직 사상과, 직업노동에 대한 헌신을 낳은 합리적 사고가 그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개혁주의 신앙에서 이윤추구의 합리화이다. 베버는, 프랭클린이 지키고 강조해 온 대인관계에서의 정직, 성실, 근면한 삶의 태도를 통해 자산을 축적하는 것을 신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정당화한 것이라고 보았다. 프랭클린의 도덕적 태도는 공리주의적인 면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도덕성과 직업정신의 결합은, 중세나 근세 가톨릭이 지배하던 시기의 정체를 벗어나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큰 몫을 하였다. 이 천직사상이나 성실한 이윤추구는 기존의 전통주의 가톨릭이 강조하던 내면의 평안과, 청빈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베버의 말을 들어 보자.

"프랭클린의 도덕적 훈계는 모두 공리적(功利的)인 경향을 띠고 있다. 예컨대 정직은 신용을 낳으므로 유익하며, 정확한 시간관념과 근면과 절약 등도 그러하기 때문에 이들은 미덕이라는 것이다.─이런 생각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이를테면 정직의 겉모습이 정직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면, 겉모습만으로 충분하므로 그보다 더 노력해서 미덕을 추구할 필요가 없어진다. 즉 우리는 그런 노력을 비생산적인 낭비로서 배척해야 할 것이다. 아마 프랭클린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 그의 자서전에서 이런 미덕의 실천으로 ‘개종’한 이야기나, “절제의 겉모습 또는 자신의 공적을 일부러 감추는 듯한 겉모습을 유지하는 일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데 유익하다”라고 설명하는 이야기를 읽어 본 사람은,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프랭클린의 생각대로라면 다음 논리가 성립된다. 즉 모든 미덕은 개인에게 실제로 유익한 경우에만 미덕일 뿐이며, 꾸며진 겉모습이 그와 같은 효과를 낳는다면 그 겉모습을 미덕으로 대용하면 충분한 것이다."

-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프랭클린의 도덕은, 내면의 동기, 곧 순수한 양심의 법칙(의무의식)에 근거한 자율적 행위를 강조한 칸트의 생각과는 확실히 대조적이다. 프랭클린의 기독교적 성실함도 일종의 공리적 쾌락주의에 근거한 것이라고 보면 오히려 어떤 면에서 비기독교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사상도 칼뱅주의(프레스비테리언 처치, 장로교의 근원이 된 사상, 예정설, 직업소명론 등)와 상당한 부분을 공유한다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