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폴라, 어리석음에 관한 통찰
- 소크라테스, 치폴라, 디킨스(feat.)
"어리석은 개인들의 행동과 움직임이 절대적으로 변덕스럽고 비합리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에 대해 방어 태세를 갖추는 일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격하는 것 자체도 극도로 힘들다. 이는 예측할 수 없고 상상을 초월해 움직이는 대상을 향해 사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는 일찍이 디 킨스Charles Dickens와 실러 Friedrich Schiller가 염두에 두고 있 었던 것이기도 하다. 전자는 "사람은 어리석을 때와 소화가 잘될 때 겁 없이 많은 일에 덤벼드는 법이다"라고 말했고, 후자는 "어리석음 앞에서는 신들도 두 손 두 발을 다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명한 개인은 자신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악한 자도 자신 이 영악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순진한 자 또한 자신의 순진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들과 반대로, 어리석은 자만 이 자신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어리석 은 자의 파괴적 행동은 광대한 범위에 걸쳐 막강한 힘을 효 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어리석은 자들은 영미권에서 '자의식self-consciousness'이라고 불리는 감정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어리석은 자는 입에 미소를 띠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을 하고 있다는 듯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당신의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고 당신의 평화를 깨뜨 리며 당신의 일과 삶을 꼬이게 만들고 당신의 돈과 시간, 좋은 기분, 식욕, 능률을 앗아가버린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은 악의 없이, 가책 없이, 합리성 없이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어리석은 것이다." - 카를로 치폴라,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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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혹시 내가 어리석은 자의 범주에 속한 게 아닐까 의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똑똑하게 일을 잘 한다는 생각이 한 쪽에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치폴라에 따르면 어리석은 자들은 모든 계층에 거의 같은 비율(σ:시그마)로 존재한다고 했다.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들 속에도 일정한 비율로 어리석은 자들이 있고 유전적으로 어리석은 자들 중에 엘리트가 적지 않다고 했다. 치폴라의 주장에 따르면 고급 관리, 군장성, 국회의원, 정치인, 의사, 법률가, 과학자, 교수들 중에도 거의 같은 비율(σ)로 어리석은 개인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소크라테스의 말처럼(이건 치폴라의 말과 달리)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할수록 위험할지 모른다.
숙고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조차 없다.
- 소크라테스